나누면, 그보다 더 많이 행복해집니다


- 세브란스병원 자원봉사자 오채연 후원자 - 


오채연 씨는 젊은 시절, 2번이나 유방암 환자가 되는 아픔을 겪었다.

몸이 아파 마음까지 아픈 환자의 심정을 누구보다도 잘 알기에

그녀는 암 치료 후 세브란스병원에서 자원봉사를 하며 환자들을 도왔고,

2022년 12월에는 환자 치료에 써달라며 5천만 원을 기부했다.






   자원봉사와 기부로 사랑 전하는 오채연 후원자


   오채연 씨는 매주 목요일이면 세브란스병원에서 자원봉사를 한다. 

   유모차나 휠체어를 대여해주기도 하고, 길을 묻는 사람에게 

   진료실이나 검사실 위치를 안내하고, 때론 어르신 환자들을 

   목적지까지 직접 모셔다 드리기도 한다. “제가 암 환자로 고통을 

   직접 겪어봤으니까 환자들에게 뭐라도 도움을 주고 싶었어요.

   2번째 유방암 치료를 마칠 때쯤, 세브란스병원에 유방암 합창단이 

   만들어져서 함께하게 됐어요. 같은 유방암 환자들끼리 서로 

   소통하면서 보듬어주고, 투병 중인 환자들을 위해 공연도 했지요. 

   그러다 자연스럽게 유방암 멘토링과 병원 자원봉사에도 참여하게 

   됐습니다. 코로나19 때문에 한동안 모든 프로그램이 중단돼서 

   아쉬웠는데, 2022년 여름쯤 자원봉사가 재개돼 다시 즐겁게 하고 

   있습니다.”



   세 아이를 키우며 평범한 가정주부로 살아가던 오채연 씨가 유방암

   진단을 받은건 1999년. 암이라는 소리에 그녀는 열두 살밖에 안 된 

   막내가 가장 먼저 생각났다. 젊은 나이에 한쪽 가슴을 완전히 잃게 

   됐다는 상실감과 힘든 암 치료 과정이 육체를 넘어 정신까지 

   피폐하게 만들었지만, 그녀는 생때같은 어린 자식에게 엄마 잃는 

   아픔을 줄 수 없다는 절실함으로 모든 걸 버텨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6년 후 반대쪽 가슴에서 또다시 암세포가 

   발견됐다. 다행히 꾸준한 추적 관찰 덕에 조기 진단을 받았지만, 

   2번의 암 진단이 주는 충격은 그녀의 삶을 뒤흔들었다.






   




“대체 나한테 왜 이런 일이 생기는 건지 하늘이 원망스러웠어요. 

그런데 한편으로는 2번이나 암 환자가 되고 보니까 주변의 환자들에게 

더 눈을 돌리게 되더라고요.



당시 같이 치료받던 환자 중에 남편 없이 혼자 어린 아이를 키우면서 

치료비 때문에 늘 전전긍긍하던 젊은 엄마가 있었는데, 그땐 저도 치료 중이고

형편이 넉넉지 않다 보니 크게 도와줄 방법이 없었어요. 

그게 너무 마음이 아파서 그 뒤로 계속 생각했어요. 병원비가 없어서 

치료를 못 받는 환자들을 돕고 싶다고요.” 바로 옆의 환자를 넉넉하게 

돕지 못했던 게 너무 안타까웠던 오채연 씨는 지난해 남편에게 한 가지 제안을 했다. 

이제 어느 정도 형편이 되니 앞으로 남은 인생 동안 자식들에게 신세 안 지고

먹고살 만큼만 남겨두고, 여윳돈은 다른 사람을 돕는데 쓰자는 것. 

평소 소액 기부를 꾸준하게 실천해온 남편은 아내의 착한 권유에 흔쾌히 동의했고, 

오채연 씨는 세브란스병원 사회사업후원금으로 5천만 원을 기부했다.

당부는 딱 하나, 기부금을 오롯이 저소득층 환자 치료에 써달라는 것이었다.



“이 기부금이 충분하진 않겠지만, 형편이 어려운 환자들에게 

작게나마 힘과 위로가 되면 좋겠습니다.

기부를 결심하면서 남편에게 그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우리가 살아 있는 동안 나눌 수 있어서 감사하다고요.

앞으로 또다시 환자들을 도울 기회가 생긴다면 참 기쁠 것 같습니다.

봉사든 물질이든 누군가를 돕는 일은 결국 스스로에게

더 큰 행복으로 돌아오는 법이니까요.”